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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밥 시리즈 솔드아웃 기념으로 2편 마저 올려 봅니다. 잘린 채로 있으니 마음이 아파서ㅋ 딱 한권 남긴 했는데, 약간의 에러도 있고 시험인쇄본 종이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스탬플 찍은 거라(읽는 덴 지장 없지만), 먼저 돈렛 책 사는 분 생기면 그냥 끼위서 보내드릴 거에요ㅎ 일단 가봅시다아?ㅎ <회와 초밥 사이> Part 2. by 아나로즈. 도원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차가 멈추고, 철컥, 하고 차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이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최대한 사무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다 왔어.” “그러네요.” 무심히 창밖을 확인한 도원이 창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 창이를 천천히 훑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미소가 입술 끝에 걸렸다.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시선을 느낀 창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다 왔다니까, 이놈은 왜 미적거려. 잠시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창이는 결국 짤막하게 내뱉었다.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가지고 내려와.” 젠장, 말해놓고 보니 잡아먹힐까봐 몸 사리는 여인네 같은 대사로군. 혼자 기분이 나빠진 창이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원을 마주 응시했다. 살짝 쪽팔리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폼 잡다가 29년 인생에 오점을 찍을 수는 없어. “그러죠 뭐.... 저희 집 10층이니까, 금방 다녀올게요.” 약간은 실망한 기색이라도 비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도원은 흔쾌히 대답했다. 조금 약이 오른 창이는 흥, 하고 속으로 이죽거렸다. 10층이건 11층이건 궁금하지 않거든? 차문이 열리고, 싸늘한 바람이 차 안으로 몰려들어왔다가 멈추었다. 기묘한 기분에, 창이는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도원의 뒷모습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십분. 이십분. 삼십분. 이 새끼가 폰때문에 돈거야?!!!!!!! 삼십 분의 기다림 끝에 인내심이 끊어진 창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뱃속을 어쩌지 못하고 핸들 위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빠앙, 하는 경적이 인적 없는 아파트 안에 유난히도 크게 울린다. 깊이 잠들었던 누군가를 깨울지도 모른다는 배려심 따윈 머릿속에 없었다. 지금 이 새끼가 나랑 뭐하자는 거야? 창이는 천천히 주먹을 말아쥐면서 호랑이 굴 마냥 시커멓게 입을 벌린 아파트 입구를 노려보았다. 그냥 집에 가 버려? 폰 그까짓 거 새로 사면되지. 주소 전번 까짓 거 새로 모으라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럴 거면 뭣 하러 삼일 간 전화질에 문자질에 삽질을 한 거냔 말이다. 창이는 다시금 끓어오르는 속을 꾹 눌러 참았다. 이건, 분명히 도발이다. 잠시 후, 차에서 내린 창이는 천천히 아파트 현관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었다.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이거지. 네까짓 게 키도 좀 크고 몸집도 좀 크고 그래봤자 25살이야. 나는 작업성공률 100%로 29년을 살았다고. 띵 - 10층이랬나. 엘레베이터 불이 바뀌는 내내 어느 쪽으로 쳐들어갈지 머릿속으로 굴리던 고민은 내리는 순간 사라졌다. 한 층에 한 집뿐인 오피스텔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속으로 이죽거렸다. 혼자 산다는 주제에 뭐 이리 넓게 차지하고 살아. 청소는커녕 빗자루도 못 쥘 것 같이 생겨가지고. 복도 끝에 붙은 두꺼운 문짝이 마왕의 굴 마냥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창이는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좋아, 밀린 돈 수금하러 가던 실력으로 화려하게 기선을 제압하고, 달려들어가주겠... ....는데. “왔어요?” ...왜, 니가 먼저 문을 여는 건데?!!!!!! “뭐 해요. 들어와요.” 저곳은 분명히 마왕의 굴이 틀림없다. “왜 그래요?” 왜 그러는지 몰라서 묻냐? 폰 가지고 내려온다던 놈이 사람을 바람맞히고 열 받아 올라온 사람보고 지금... “어쨌거나 들어와요.” 뜻밖에 놀러온 친구 보듯 쳐다보는 네놈은 뭐하는 놈이야? 하지만 문 밖으로 나와서 문을 잡아주는 도원에, 창이는 생각과는 달리 저도 모르게 집 안으로 한 발짝 내딛고 있었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쿵, 하고 들려왔다. 부드러운 미소로 다정히 내려다보는 그에게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참자. 그건 내 미학에 반하는 짓이라고. “왜,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눈에 보이게 도발하면 좀 곤란하지 말이다. “아니, 그런 거 없어. 혼자 산다더니, 꽤 넓네?” 나직이 비아냥거리려는 창이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도원은 여전히 그 잘생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면서 다정히 물었다. “답답한 거 싫어해서요. 라면 먹을래요?” “어...그러지 뭐....?!” 늦은 시간이고, 조금 출출해진 기분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무심코 대답해버린 자신의 주둥아리는 항상 문제다. 힘줘. 젠장. 후루룩-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가. 한참 라면 그릇에 집중하던 창이는 그릇이 반쯤 비어가자 다시 머리를 굴려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음모다. 자기가 올라오기 전부터 2인분의 물이 끓고 있던 냄비부터 눈앞에서 웃고 있는 저 녀석까지 전부. “......?”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을 마주치던 그가 다시 살풋이 웃는다. 창이는 퉁명스레 표정을 확 구겼다. 웃지 마, 홀려. 고개를 홱 돌려 주변을 둘러보자, 거실을 겸한 방구석에 놓인 더블베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창이는 오히려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단둘이, 침대가 있는 공간에 들어온다는 목표는 달성된 것이 아닌가. 며칠 전 차에서의 쓰라린 패배 따윈 기억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때는 방심했을 뿐이다. 아방하게 웃고 있는 네놈에게 어른의 화려한 테크닉이 뭔지 보여주겠어. 도원이 밥상을 들어 부엌 구석에 밀어놓고 오는 동안, 창이는 침대 위에 가볍게 걸터앉았다. 차라도 마실래요? 하고 물어보는 도원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내젓고는 손을 가볍게 까닥인다. 왜요? 하는 질문에 할 말이 있어, 하고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손에 잡힌 팔에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철퍼덕, 하고 별 저항 없이 침대 위로 엎어진 도원의 어깨를 재빨리 누르고는,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할 말은 무슨, 너 오늘 죽었어. 입가에 저절로 떠오른 능글맞은 미소는 작업용으로 20년째 단련된 것이다. 역사 깊은 명품이라고. 어라, 하는 표정으로 가볍게 저항하려는 어깨를 꾹 누르면서, 저항해 봤자야, 하며 가만히 웃었다. 가볍게 눈을 몇 번 깜박이다 포기한 듯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얼쑤. 창이는 살짝 밀려올라간 입술을 그의 입술 위에 가볍게 맞대었다. 가만히 자신의 어깨를 잡는 도원을 내버려둔 채 입 안을 훑으며 한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조금 다급해진 손놀림이 단정하게 잠겨 있던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어내렸다. 꼬옥, 하고 마주 끌어안아 오는 그의 몸짓이 만족스러웠다. 그래, 드디어 포기한 거지! 다음 순간 홱, 하고 몸이 돌아갔다. 팔을 뻗어 창이를 마주 끌어안은 도원이 한 쪽 몸을 튕겨 몸을 뒤집은 것이다. 툭, 하고 자신의 등이 침대에 닿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순간 크게 떠진 눈동자 안에 여전히 그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도원의 얼굴이 들어왔다. 잠깐..내...내려다본다고?! “뭐가 그렇게 급해요?” 느긋한 목소리와는 달리 옷 아래로 밀려들어오는 손길에 창이는 일순 몸서리를 쳤다. 이...잠깐만! 창이는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 힘을 주니 조금 더 버티고, 조금 더 힘을 주어도 조금 더 버틴다. 딱 창이가 밀어내는 힘에서 조금 더 써서 움직이지 않는 손을 밀어내려 몇 번 시도하던 창이는, 이내 공포스러운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 자식 완력이 나보다 세... 잠시 창이의 골반께를 가볍게 쓰다듬던 도원이 살며시 웃었다.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다시 손을 빼내었다. 그 길다란 몸으로 창이를 반쯤 내리누른 채, 한 손으로 창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창이는 반쯤 탈출하려는 정신을 간신이 붙들었다. 이놈 뭐하는 놈이야?! 난 밥 먹고 애들 관리하고 몸 만드는 거 밖에 안 했는데! 샌님같이 허여멀겋고 멀대 같이 키도 큰 놈이 밤마다 술 마시면서(바텐더니까) 근력은 뭐 하러 키워? 아놔 설마 눈치 챈 건 아니겠지? 평정을 유지해야 해.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너 따윈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해야 해!!!!! 가볍게 심호흡을 한 창이가, 다시 웃었다. 바르르 떨리는 입가는 무시하면 된다. 최대한 목소리 낮게 깔고, 나른하고 느릿하게 말했다. “야,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제발 당당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걸로 비치길. “글쎄요. 지금부터 생각해 볼 참인데.” 확 잡아먹을까, 노래하듯 흥얼거리는 목소리와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는 확실히 매혹적이건만, 그런 것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 자식 다시 반말 모드가 됐어. 창이는 다시 탈출하려는 정신줄을 간신이 다시 붙잡았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댔어. 그러니까...그러니까... 창이는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도원의 손을 꼬옥 붙들었다. 무심히 자신을 보는 눈동자를 향해,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면서 입을 열었다. “야! 아무리 너도 남자라지만, 남자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도리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이건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여기서 도리는 무슨 도리야.” “도둑도 담 넘다가 남의 발이 먼저 올라가 있으면 자기 발은 내려놓는 게 도리잖아! 내가 실컷 작업해놨는데 네가 결과만 똑 따먹는 게 어디 있어?!” “......” 다시 할 말을 잃은 도원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창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아무리 다시 봐도 눈앞의 인간은 박창이인데. “......지금 상황은 물건 훔치러 들어와서 자기 물건 도둑질 당한(하려는) 거잖아.” “그럼 넌 도둑 물건이라면 훔쳐도 된다는 거야? 그렇다는 거야? 선량한 사람 물건이든 도둑 물건이든 도둑질은 나쁜 일이야! 너의 도덕성은 그것밖에 안 돼? 젊은 놈이 벌써부터 그렇게 타락해서 어쩌려고 그래?” .......이건 무슨 윤태구식 우기기란 말이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시끄러워. 내가 너보다 네 살이나 많으니까 존댓말 하란 말이다!!” 푸...하하핫, 큭큭, 도원은 그만 얼굴을 그의 가슴에 떨어트린 채 웃음을 터트렸다. 아 정말로 미쳤나봐. 어떡하니, 귀여워 미치겠어. 한참을 그렇게 웃은 도원이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들어 창이를 보았다. 양 뺨 모두 반쯤 발갛게 달아오른 주제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노려보는데, 자신의 팔을 잡은 손은 바들바들 떨린다. 도원은 몸에서 힘을 풀고는 다시 부드럽게 웃었다. 안 잡아먹으니까, 어깨에 힘 좀 빼요, 아저씨. 그러니까 아직은. “사귀지도 않는 사람 억지로 어떻게 할 생각 없어요. 그냥, 전 당신이 절 맘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난 네가 날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들어요. 그것도 꽤 많이. 연애해보고 싶을 만큼.” 그래? 조금 누그러진 눈매를 가만히 감상하면서, 도원이 다시 웃었다. “하지만 연애란 건, 조금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몸으로만 들이대는 건 곤란하잖아.” “......” 창이는 조금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나도 첫사랑에 얼굴 붉히고 가슴 졸이던 시절이....없...었지만, 그때의 순수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물론... 없지만...젠장. 자신의 화려한 중고등 시절을 떠올린 창이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뭐야, 난 왜 그런 애틋한 순수함도 없었던 거냐. 이 녀석은 이 나이 되도록 이렇게 진지하게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오늘은 그냥, 자고 가요.” “......” 조금 몸을 비켜준 도원의 행동에, 창이는 적잖이 마음이 안심되는 것을 느끼고는 편안히 숨을 내쉬었다.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새삼스레 마음 한 구석이 애잔해졌다. 그래, 너 생각보다 좋은 놈이었구나. 내가 나이 먹으면서 너무 순수함을 잃었었는지도....... 다음 순간, 조금 반성하는 기분으로 몸을 돌리던 창이는 그만 보고 말았다. 침대 머리맡에 다소곳이 놓인 콘돔과 러브젤을. “.....!!!” 타이밍이 좋았던 건지, 옆자리에 그를 따라 편안히 누운 도원이 별 의도 없이 창이를 감싸 안으려는 순간, 창이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내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홱 돌아간 도원의 집 안에 창이의 비명이 구석구석 메아리쳤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날 놓아줘 이 변태 치한 색마 같은 놈아----------------------!!” ==================================================================================== part3 로 완결이에요. 귀엽지 않나요?ㅎ 제가 썼지만, 진짜 막막 웃으면서 썼다니깐ㅋㅋㅋ 그동안 초밥회 시리즈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려요ㅎ놈들을 사랑하는동안, 저도 많이 행복했습니다아. 두근두근 아찔아찔 선을 넘을듯말듯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써 보려고 시작했는데, 마음에 드셨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읽어 주신 분들께, 사랑합니다, 라고 외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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